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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봉천동 '미술치료연구소길’ 원종아 대표 "사람들이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며 돌봤으면"

이윤지 | 기사입력 2024/06/14 [12:16]

관악구 봉천동 '미술치료연구소길’ 원종아 대표 "사람들이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며 돌봤으면"

이윤지 | 입력 : 2024/06/14 [12:16]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예술적 접근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미술치료는, 감정 표현과 자기 이해를 촉진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미술치료연구소 길은 이러한 미술치료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내담자 상담과 수련생 교육을 동시에 진행하는 전문 기관이다. 이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내담자들이 그림을 통해 내면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또한, 미술치료 분야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련생들에게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이들이 훌륭한 미술치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 관악구 봉천동 미술치료연구소원종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관악구 봉천동 미술치료연구소‘길’ 포스터    

 

 

Q. 귀 사의 설립(혹은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우리는 서로를 끌어당기기도 하고 때로는 밀어내며, 그렇게 관계 속에서 하루하루를 생존합니다. 우리가 앓는 대부분의 아픔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향이 있죠. 나 자신과의 관계, 친구나 지인과의 관계, 가족관계, 연인 관계, 동료 관계, 오가며 스치는 사소한 관계 속에서도, 자신의 기대와 다른 상대의 마음의 온도 차로 아파하게 되죠.

 

저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며 돌봤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로부터 그렇게 하는 방법을 학습하지 못해서 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죠.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샘플이 없다고 자신의 귀한 시간을 그렇게 버릴 건가요? 우리는 저마다 원하고 기대하는 삶의 방법이 있듯, 스스로가 바라는 돌봄의 형태도 다양하죠. 어린 시절엔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있지만, 청소년기 이후에는 '돌봄'이란 과제가 스스로의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해요. 과거엔 부모가 당신을 학대하거나, 방임하거나, 무관심했더라도, 이제는 당신은 원하는 방법으로 스스로를 돌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본인도 웃으며 살아갈 수 있고, 추후 자녀의 양육에도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겠죠.”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모두가 그러기에 충분한 자질이 있고, 또 과거를 후회하며 자책하는 것은 오늘의 나에게 미안한 일이니까요. 과거에도 충분히 반성하며 스스로를 책망하고 몰아세웠을 테니까, 이젠 묵은 과거를 스승 삼아 오늘을 살고, 내일을 꿈꿔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Q. 귀 사의 주요 서비스(프로그램)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수련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내담자를 위한 마음 지원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에는 슈퍼비전과 각종 워크숍, 집단미술치료, 그리고 개인 분석을 진행하고 있죠.

 

심리치료 프로그램으로는 오시는 분의 증상에 맞게 개별화되어 있습니다. 저를 찾는 분들은 주로 성인들이며, 개입 형태로는 개인 치료, 부부치료, 가족치료 등이 있습니다. 또한, 트라우마나 위기상담, 부모교육과 상담, 직업상담 등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귀 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저는 석·박사 과정으로 미술치료를 전공했으며, 학회에서는 미술치료사부터 전문가와 수련감독의 절차를 밟아 미술치료 수련생들을 지도, 감독하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교육자와 임상가 사이에서 고민도 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리고 고달픈 삶을 의지할 곳 없어  찾아오거나, 삶의 지혜를 찾고자 하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 미술치료 수련생들에게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돕고, 미술치료학에 대한 저의 학문적인 견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자신을 수용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돌보고자 하는 새싹들을 가르치고 있죠.

 

제가 하는 모든 일이 저에게는 의미이자 삶을 위한 필요입니다. 저는 맨 밑바닥부터 시작했습니다. 해서, 각자가 경험하는 고초에 대해 이해하고 도움을 제공할 수 있죠. 물론 실제 경험을 하지 않았어도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제공하는 도움의 의미나 본질의 깊이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귀 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최종 관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지역사회와 연계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위한 미술치료 봉사를 종종 합니다. 사람들은 삶이 계획한 대로 풀리지 않거나 궁지에 몰릴 때,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어 극단적일 수도 있고, 자기만의 고집에 갇히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해결되지 않으면 절망하고, 삶의 의미를 놓치는 경향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한번은 한 부모 가족이 의뢰되어 온 적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온 그 가족은, 두 형제가 서로 어머니를 차지하고자 경쟁을 벌이고 있었어요. 경쟁에서 진 아이는 어머니의 관심을 포기하고 문제행동을 일으켰고, 경쟁에서 이긴 아이는 재롱을 부리며 회유하는  행동으로 어머니의 관심을 붙들고자 했죠. 어머니는 남편에게 버려졌다는 생각과 두 아들의 갈등,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버거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삶에 응대하게 된 듯 보였죠. 친절을 베푸는 모습조차도 거칠었고, 목소리도 크다 보니 밖에서 아들들은 엄마를 창피하게 여겼습니다. 긴 시간 저와의 만남을 통해, 그 가족은 삶의 형태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를 수 있음을 알아 갔습니다. 가족의 순기능을 회복해서 '화목'한 경험들을 쌓을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이런 보람은 값진 선물이죠. 받는 이도, 주는 이도, 모두 승자로서의 뿌듯한 여유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삶에게 당당히  말할 수도 있게 됩니다.

 

"그랬구나. 그렇지만 괜찮아.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그래서 넘어져도 곧 일어날 수 있어."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전문가의 개입을 어렵게 여겨 스스로가 상담의 문턱을 높이는 경우가 아직까지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더 많은 분들께 도움을 제공하고 싶지만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덜 껄끄럽도록 돕고, 책을 통해서라도 자기를 이해하게 된다면 조금은 유익한 기회가 될 것이기에, 과거에 미술치료 실용서를 출판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전공서적처럼 여겨져, 일반인을 위한 기회로 제작했던 저의 의도가 빗나간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동의를 얻은 여러 사례들을 엮어, 당신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이 혼자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보고자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과 어려움을 통해 현재의 고민을 안도하거나 위로받기도 하더라고요.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도리어 지극히 인간적인 선택인 거죠. 하여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히는, 위로가 되는 저술 활동을 계획 중이며,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경쟁을 바르게 이해하고, 한 발 떨어져서 삶을 바라보면또 그렇게 어여쁜 것이 사람이더군요. 아웅다웅 삶이 지치고 고달플 때, 살짝 뒤로 한발 물러나 보세요, 그때야 비로소 보이는 지혜가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선한 의도로 삶에 임하며, 성실하고, 지혜롭고, 이해와 배려를 아는 이타적인 존재로 교육받았습니다. 단지, 내 발등에 떨어진 불씨가 거추장스럽거나 상처로 여겨질 때, 마음의 여유를 잃게 되고 본성이 탁해지는 경향이 있는듯해요. 그러면 타인에게 빡빡하고 거칠게 대하며 자괴감을 느끼고, 문제가 곪아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자기 탓을 하며 증상을 유발하죠.

  

괜찮습니다. 원래 삶 자체가 곳곳에 위험 요소를 깔고 있죠. 우리는 그것을 한몫하여 처리하기에는 아주 작고 미약합니다. 하지만 삶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위협으로부터 스스로가 붕괴되리라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을 도발하는 삶의 위기 끝자락을 찾아보세요. 시작점도 좋고, 현재의 상황점도 괜찮습니다. 얽힌 실타래의 끝을 찾으면 풀 수 있듯당신이 경험하는 그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놓지만 마세요. 그리고 혼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습니다. 인근의 상담받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세요. 당신은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만해도 당신은 충분히 좋은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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